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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고시 준비생 "스트레스 풀려 몰카 시작 … 한심하고 죄책감 그래도 못 끊겠더라"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는 지금 이 순간도 벌어지고 있다. 몰카는 길거리나 역 대합실 등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자취방·욕실·화장실 등 개인의 은밀한 공간까지 파고들었다. 이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흔히 생각하는 범죄형이 아니라 겉보기엔 평범한 직장인·학생이 많다. 온라인상에선 여성의 얼굴까지 공개된 몰카 영상이 거래되기도 한다. 몰카범의 실체와 몰카 영상의 유통 실태 등을 취재했다.

 



범행 60%는 20~30대 학생·직장인 남성

몰카 범죄는 누가, 왜 저지르는 걸까. 본지 취재팀은 한 달여간 인터넷상에 몰카 영상을 올린 사람들을 여러 경로로 접촉했다. 인터넷 쪽지 등을 통해 인터뷰 의사를 타진했다.

지난달 말 A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몰카 범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힘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A씨는 한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고품질’ 여자화장실 몰카로 유명했다. 그가 영상을 올리면 “각도와 화질이 예술이네요” 등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야외 카페에서 A씨와 만났다. A씨는 자신을 30대 초반의 고시 준비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몰카 찍는 게 습관처럼 굳어져 괴롭다”고 말했다. “그만둬야지라고 다짐했다가 또다시 몰카를 찍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주변을 자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앙일보

 

 

- 어떻게 몰카를 시작했나.

“처음엔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옆 칸을 가끔 훔쳐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고시 준비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몰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몰카 관련 정보가 많아 몰카 장비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을 텐데 왜 위험한 범죄를 저지르나.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고 카메라 기록으로 남기는 게 불법이란 건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금기를 깨는 데서 오는 해방감이 크다. 한번 맛보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다.”

“미리 장비 설치 뒤 수거 … 걸릴 위험 낮아”

- 적발될 위험도 많을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한다. 실시간으로 몰카를 찍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사람이 없을 때 미리 장비를 설치해두고 몇 시간 뒤 이를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화장실 변기 옆에 놓인 휴지통 안에만 (카메라를) 놓아도 모른다. 이동식메모리(USB)형 카메라 등 초소형 몰카 장비는 눈으로 봐선 카메라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 앞으로 몰카를 계속 찍을 건가.

“몰카를 찍는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상자라든지 이상한 범죄자는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 불만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거다. 하지만 몰카는 분명한 범죄다. 찍고 나면 불안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나쁜 습관처럼 벗어나기 힘들지만 이제는 정말 그만둬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엔 보관 중인 자료를 싹 지웠다.”

몰카 범죄자는 흔히 떠올리는 범죄형 인상이 아니었다. A씨처럼 우리 이웃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20~30대 평범한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청이 민주당 유대운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몰카 범죄자의 직업 중엔 일반 회사원이 84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380명)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20~40세(1637명)가 전체 몰카범(2723명)의 60%를 차지했다. 이어 ▶41~60세(511명) ▶14~19세(437건) 순이었다. ‘20~30대 직장인·학생’이 몰카범의 평균적인 모습이라는 얘기다.

예술인·종교인·의사·교수 … 전문직도 늘어

실제로 최근 적발되는 몰카범은 젊은 회사원·대학생인 경우가 많다. 올 2월엔 서울대생 김모(25)씨가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승강장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에도 지하철에서 몰카 영상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엔 대기업 직원 구모(31)씨가 서울역에서 몰카를 찍다 적발되기도 했다. 구씨의 휴대전화에는 1시간여 동안 서울역 에스컬레이터·대합실 등을 돌아다니며 찍은 여성 5명의 치마 속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전문직의 몰카 범죄도 늘고 있다. 몰카로 적발된 전문직은 2009년 27명에서 지난해 5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 5월엔 고려대 B교수(51)가 영화관에서 손목시계 모양의 카메라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 적발돼 사직했다.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예술인(32명) ▶종교인(15명) ▶의사(14명) ▶언론인(6명) ▶교수(5명) ▶변호사(2명) 등이 몰카범으로 단속됐다. 같은 기간 공무원 45명과 교사(사립) 8명도 몰카를 찍다 붙잡혔다.

지난해 스승의 날(5월 15일)엔 초등학교 교사 이모(38)씨가 지하철에서 몰카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이씨는 신문지 뭉치에 USB형 카메라를 끼워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전문직일수록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의식해 성적 욕구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며 “억압된 성적 욕구가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돼 몰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손국희·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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